"3년 내 50억 연매출 목표"…청각장애 이겨낸 대표의 도전장 [긱스]

입력 2024-01-14 10:05   수정 2024-01-14 10:28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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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 더 세포, 바이 더 세포, 포 더 세포"

주름이 가득한 50대의 배양육 기술 스타트업 대표는 링컨의 연설을 예로 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내에선 이 시장이 아직 제대로 열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강조하는 건 단순 배양육이나 배양액이 아니다. 세포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다.

이상재 티엠이테라퓨틱스 대표(사진) 얘기다. 이 대표가 2020년 창업한 이 회사는 줄기세포 생산에 필수 소재인 성장인자를 안정화하고 전달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줄기세포는 배양육 개발에 사용된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갖고 지난 상반기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에 선정됐다. 지난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 빅뱅엔젤스로부터 시드(초기) 투자도 받았다.

세포를 잘 키우는 기술
이 회사는 세포를 '잘 키우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세포가 먹고 살기 위한 좋은 환경을 구축해주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좋은 집과 맑은 공기가 필요하듯, 세포도 주위를 둘러싼 '미세환경'을 잘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성장호르몬 같은 성장인자를 적은 비용으로 효율을 극대화해서 세포에 전달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성장인자를 제어하는 기술을 갖고 세포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 솔루션을 만들어 배양육 업체나 세포치료제 업체에 공급한다. 왜 배양육일까. 일반적인 고기는 고기는 근육세포에 마블링을 형성하는 지방세포로 구성되지만, 배양육은 경제적인 이유로 섬유아세포(fibroblast)를 많이 사용한다. 섬유아세포는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주요 세포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배양육 생산에 자주 이용되는데, 식감이나 맛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우리의 성장인자 제어 기술을 통해 고비용 구조의 근육세포 생산공정을 저비용 생산구조로 개선해 고기 본연의 식감과 풍미를 살릴 수 있는 근육세포 기반 배양육 생산공정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배양육 생산 원가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1㎏당 60달러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배양육 생산 원가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게 성장인자인데, 이를테면 기존 1일이던 성장인자 안정화도를 4일로 개선하는 등 비용을 절감해 생산 원가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효율화를 통해 투입되는 성장 인자의 양을 줄이면 배양육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가 최근 협업에 나선 곳은 이스라엘 배양육 업체다. 이 대표는 이스라엘이 배양육 분야에선 선두주자나 다름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퓨처미트나 슈퍼미트 같은 대형 배양육 업체도 이스라엘에서 탄생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사막에 둘러싸인 척박한 환경인데다가 안보 상황 탓에 국경이 봉쇄되면 식량 문제가 곧 생명과 직결되는 나라"라며 "그러다 보니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배양육 산업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한국은 아직 시장이 확립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배양육이 시장에 판매되기엔 여전히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성장인자 안정화 기술을 세포배양기(바이오리액터)에 직접 적용시켜 완제품 형태로 만든 뒤 배양육 업체에 공급하거나, 원자재(기술)만 공급하는 식의 사업모델을 꾸렸다. 올해 영국 등 글로벌 업체와 10억원 이상의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각장애 대표의 도전
이 대표가 처음 창업에 뛰어든 데에는 신체적인 이유가 컸다. 그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귀가 아예 들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상대 입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해야 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의 첫 직장은 대림산업(DL이앤씨)이었다. 연구원 생활부터 기획조정실에 몸담기까지 개발, 기획, 생산,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정밀화학 분야 신사업을 검토하면서 청각 신세포도 재생될 수 있다는 논문을 봤다. 귀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길로 짐을 싸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1990년대 후반이었다. 이 대표는 "직접 청각 세포 재생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었다"며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20년 이상 줄기세포만 팠다"고 설명했다.

닷컴 버블이 일던 시절, 창업 생태계에도 한 차례 몸담았다. 유전자 관련 바이오 벤처였다. 청각 세포를 재생시키겠다는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2년 정도 일한 뒤 다시 학업으로 돌아왔는데, 이 때 지도교수님이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인생의 갈림길에 섰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그는 "당시 교수님이 돌아가시기 전, '청각 세포 재생은 아직 갈 길이 너무 머니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을 듣고, 이 분야를 연구하는 대신 취업을 하는 걸로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이후 2002년 포스코가 미국 샌디에이고에 세운 바이오 벤처투자사인 포스코바이오벤처스에서 일을 도왔다. 이 때쯤부터 세포의 기질이 세포 치료제 같은 분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생각해 이 분야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티엠이테라퓨틱스가 탄생하게 된 계기다.

상반기 시리즈A 라운드 나선다
어려움도 많았다. 청각 문제로 직원들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하던 시기엔 더 그랬다. 질문을 잘못 듣고 틀린 의사결정이라도 내리면 만회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찮았다. 다행히 홍봉진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공동창업자들이 있어 든든했다.

회사는 향후 캐나다 알버타주 주립대와 뉴하비스트 등과 협업해 소에서 줄기세포주를 확보한 뒤 소 '줄기세포뱅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배양육 사업을 넘어 세포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 대표는 "배양육은 사실 근육 세포로 만들어지는데, 이걸 사람에 적용하면 치료제가 된다"며 "3년 안에 줄기세포 생산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신경 쓰는 건 환경이다. 이 대표는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데, 실험실에서 배양육으로 소고기를 만들면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두자릿 수 매출을 올린 뒤 3년 안에 50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올 2분기께 시리즈A 투자 라운드도 열 계획이다. 50억원 이상을 조달할 예정이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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